언내추럴(アンナチュラル)

10부작 (2018년 1월 12일 ~ 2018년 3월 16일)


미스미 미코토 이시하라 사토미


 

UDI 라보라는 법의학 연구소에서 주인공들이 부자연스러운 사인으로 사망에 이른 시체들을 부검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법의학 드라마이다.

에피소드 형식의 10부작으로 각 에피소드 속 사건이 현대 사회의 문제들(학교 폭력, 남녀차별, 블랙기업 등..)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법의학' 이라는 의학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죽음 이면에 담긴 '사건의 진상'에 중점을 두고 보는게 좋다. 

 

'시체'를 통해 사건의 숨겨진 이면에 다가가는만큼 가해자 중심이 아니라 피해자와 그 주변 인물들이 중심이 되어서 드라마가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거나 가해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가는 드라마이다.

 

진실이 밝혀져 피해자 주변의 인물들이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고 더 나은 내일을 꿈꿀수 있는 사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들도 있다.

사건의 숨겨진 진실이 들어난다고 해서 그 끝이 모두 아름답게 바뀌지는 않는다 이미 누군가는 죽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실적이여서 좋았다. 

물론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끝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미스미 미코토'여서 좋다. 

미스미 미코토가 주인공이고 또 법의학자였기에 사건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내포되어 있는 '현대 사회의 문제' 역시 잘 보였던 것 같다.

다른 캐릭터가 예를 들어 '나카도 케이'나 '쿠베 로쿠로'가 주인공이었으면 아마 완전히 다른 느낌의 드라마가 됐을거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너무 많고 가끔 그들이 득을 보더라도 항상 마지막에 웃는건 포기하지 않고 올바르게 산 사람이다'라는 내용의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데 작중 미스미 미코토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살인범들을 직접 잡으러 다니고 뭐 어떤 거대한 악의 축과 싸우는 그런 내용은 전혀 아니지만 매번 마주치는 사건들 속 포기하지 않고 진상에 다가가고 때론 그 진상이 버겁지만 그럼에도 담담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미코토가 너무 좋다.

 

작중 언급되는 미코토의 과거를 생각해본다면 미코토의 대사중 '절망할 시간이 있다면 맛있는거 먹고 잘래' 가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구보다 어린 나이에 큰 절망을 만나고 그 절망에 잡아먹혀도 누구 하나 그녀를 탓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미코토는 언내추럴 속 가장 심지가 굳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대사는 이 대사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절망이라고도 부르기에 민망한 작은 절망에서부터 답이 없어 보이는 큰 절망까지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절망과 만난다. 

희망은 점같은 찰나고 절망은 선처럼 쭉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번 절망에 빠지면 나도 모르게 그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절망에 허덕이고 있을 시간에 차라리 맛있는 걸 먹고 자고 회복해서 더 나은 컨디션으로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래서 부터는 스포 및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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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5화

 

타쿠미(살해된 약혼녀의 약혼자)가 나카도(UDI 법의학자)에게 사건의 진상을 듣고 칼을 들고 마유(약혼녀 살인사건의 진범)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솔직히 안찌를줄 알았는데 정말 찔러서 놀랐다... 현실에 대입해봤땐 오히려 타쿠미의 행동이 일어날 법하지만 드라마에서도 그렇게 결말을 낼 줄은 몰랐다. 

 

사실 다른 에피소드들과는 달리 진상이 밝혀졌음에도 남겨진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인 에피소드였다.

 

타쿠미에게 있어서 유일한 사람인 카호(살해된 약혼녀)가 죽었고 그렇다고 카호의 부모와 타쿠미가 사이가 오히려 나빴기에 셋이 함께 카호를 그리워하며 서로 의지해가며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쿠미는 타쿠미 혼자서 온전히 카호의 죽음을 감내해야한다. 

 

더군다가 카호의 부모님 역시 자기 딸을 죽인 진범이 자기 딸 장례식에 와서 인사를 올리고 나서 그 이후에 우연치않게 진범인걸 알게됐으니... 내 딸을 죽인 진범이 내 딸 장례식에 와서 가증스럽게 눈물을 흘렸다니...

 

에피소드 자체의 사건과 별개로 타쿠미가 나카도와 처한 상황이 많이 비슷했기에 또 중요한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 나카도가 타쿠미가 마유를 꼭 죽였으면 하기에 사건의 진상을 먼저 알려줬다기 보다는 자신이 만약 타쿠미라면 경찰이나 다른 그 누구보다도 먼저 진범을 알고 싶을거라는 그 마음에 공감하여 알려준준거라 생각한다. 물론 타쿠미가 진범을 알면 반드시 죽이려는 걸 예상했을 거기에 미필적 고의의 문제가 있긴 하다.

 

타쿠미의 모습을 보면서 나카도도 자신의 끝이 저렇게 날 것 이라 예측했을거다.

다만 타쿠미와 다르게 나카도에게는 미코토나 다른 UDI 동료들이 있었고 자신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타쿠미와 같은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절망에 오랜 시간동안 그것도 혼자서 사로 잡혀 있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요네즈 켄시 - LEMON

언내추럴의 메인 노래 LEMON

노래 자체도 너무 좋지만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쯤 장면에 LEMON이 삽입되는데 그 장면들과 LEMON이 어우러지면서 더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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